미국에서 만든 전기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통과되면서 전기차를 수출하는 한국 자동차 회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방한 당시 앞에서는 우리 기업에 협력과 투자를 요청해놓고 얼마 되지 않아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면서 한국 정부의 뒤통수를 때렸다. 정부가 뒤늦게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협상단을 파견했지만, 뒷북 방미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외통위,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세제지원 촉구 결의안` 채택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미국의 IRA 통과에 대한 우려를 담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기반한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세제지원 촉구 결의안’을 심의 후 채택했다. 외통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날 한 목소리로 미국과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미국이 IRA로 대한민국의 뒤통수를 쳤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방한 당시 우리 기업에게 우호적인 이야기를 하고 삼성 등 우리 기업에 협력과 투자를 요청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입법 됐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일본의 경우 IRA 이전부터 입법 과정에 적극적으로 로비를 해 자국에 불리했던 조항이 다 빠졌다. 미국 대통령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협조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우리도 로비를 발휘했다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했다. 이어 “이제 와서 FTA와 WTO 위배 소지 얘기를 하고 시행령 개정 노력 등을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이상민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게 협조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가) 뒤로 뺨을 때린 격이다. 동맹국과의 이익 공유를 도외시하고 노골적으로 미국만의 이익을 가져가겠다는 것 아니냐”며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한 대응에 미온적이고 주저하면 안된다”고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주 미국 고위 관료들을 만나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고 표현했고, 그들 역시 한국의 분노를 알고 있다고 했다”며 “현대차 미국 전기차 공장 완공 시점이 2025년인 만큼 정부가 해당 시설이 정상 가동할 때까지라도 IRA 적용을 유예해달라고 적극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통위는 이날 결의안을 통해 “대한민국 국회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세제 혜택 적용 과정에서 WTO 협정 및 한미 FTA을 위배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표한다”며 “대한민국 정부가 WTO 협정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기반해 한국산 전기차가 북미산 전기차와 동등한 세제혜택 등 합당한 대우를 받아 한국의 전기차 및 관련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미국 정부와 적극적인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인플레법 서명...정부 협상단 뒷늦게 방미 뽀족한 대책 없어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 시각)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등의 내용이 담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이 법에 따라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전기차는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한국산 전기차 5개 모델의 가격이 인상되는 셈이어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29일 안성일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과 손웅기 기획재정부 통상현안대책반장, 이미연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 등으로 대표단을 구성해 IRA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 협의를 위해 방문했지만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라거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사안이라는 점을 언급하는 등 강경한 입장이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을 앞두고 미국 산업 보호 명목으로 던진 승부수로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내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30일 SBS ‘경제현장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인플레법은) 11월 중간 선거 때문에 미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각종 세부 규제, 규정을 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거고 중간 선거가 끝난 후에는 약간의 양보를 하거나 유예를 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원포인트뉴스=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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